" 경험해보니 신발은 굉장한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 걷는다는 행위로 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마냥 미적인 것에만 신경 쓸 수는 없는 노릇이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니까 넘나 진지하게 접근하게 됩니다. 나이키 설립하는 줄...) 형태는 잡았지만 이제 소재, 생산 공장의 선택의 과제가 남았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이너는 생산 공장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에서 10년 넘는 경력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 시스템을 알기에 초반엔 기성화 공장에 의뢰할 것도 염두에 두었었어요. 하지만 논의를 할수록 성수동의 수제화 공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겠다고 결론을 내렸죠.발 사이즈가 생긴 역사는 길지 않아요.옷은 어깨선이 조금 넓거나 좁아도 입고 활동할 때 몸이 힘들지 않지만, 신발은 조금만 사이즈가 맞지 않아도 몸이 힘들어져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레디메이드 할 수 있는 평균 사이즈를 만들었다는 건 엄청난 일이더라고요. 수많은 사람들의 천차만별인 발 모양의 평균을 낸 것이니까요. 예전엔 구두점에 가서 발을 직접 종이 위에 얹고 발바닥을 그리고 발등을 끈으로 재서 주문을 하고 구입했기 때문에, 발 사이즈가 얼마인지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고 합니다.제가 쇼핑몰을 운영하던 10년 전만 해도 수제화는 보편적이었어요. 기성화도 있었지만, 기성화의 퀄리티와 수제화의 퀄리티는 극과 극이었기 때문에 (특히) 구두 종류는 수제화를 사 신었죠.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기반으로 기성화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기성화의 퀄리티도 높아졌고, 점점 국내 수제화 시장은 줄어들게 되었어요. 대형 브랜드들의 기반이 중국으로 이동하면서 구두로 유명했던 성수동은 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았고, 요즘엔 카페들이 더 유명해지게 되었죠. 기성화도 잘 기획해서 만들면 합리적인 가격대로 생산할 수 있어 좋지만, 무이 슈즈를 구상했던 내용(가죽도 부위별 결과 늘어남이 달라서 섬세하게 재단해야 하는 것, 주문자의 특성(발볼, 발등 높이)을 반영할 수 있는 점 등)들은 수제화와 더 잘 맞았기에 성수동을 택하게 되었습니다.수제화 스토리제작 과정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가죽은 결이 있고 기름기가 가진 요소가 중요해서 작업 전 그때그때 구입한다고 하더라고요. 신발이 주문이 들어오면 자재 구입을 해서 재단을 하고 봉제를 하면서 다른 쪽에선 창이나 인솔 등을 재단합니다. 그리고 라스트(신발형)에 싼 후 성형을 해요. 그리고 찜통에 고착을 시킨 후 식혀 마감 작업을 합니다. 인솔을 깔면 마무리가 되는데 이 과정에서 5명 정도의 기술자가 투입되고 있어요. 하루에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한정되어있죠.무이 슈즈를 제작하는 공장에는 40년 일을 해오신 완벽주의 성향의 사장님이 계십니다. 수제화는 보통 자기의 영역이 있어서 그 분야만 몇 십 년은 일을 해야 기술자로 인정받아요. 사장님은 5명이 이루어지는 영역을 두루 하실 수 있어서 더욱 꼼꼼하게 체크하시죠. 그리고 조금씩 달라지는 단순한 디자인의 샘플을 몇 개월간 수차례 하는데도 군말 없이 해주셨어요. 술 담배 안 하시는 대신 간식을 많이 드셔서 토실토실한 손으로 ㅎㅎ 아직도 밤에는 신발 연구를 하실 만큼 열정이 있으세요. 요즘처럼 효율을 강조하는 때에 이런 완벽주의 기술자를 만나는 것도 복이에요. 첫 거래인데 너무 감사하죠. ㅠㅠ 시장 흐름과 관계없이 옛 생산 구조를 그대로 지키자는 주장만 하면 유연하지 않지만, 분명 수제화가 지닌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나이가 지긋하신 공장장님.겉감과 안감을 연결하는 봉제선을 안 보이도록 작업하고 있어요. 간단해 보이지만, 섬세하게 작업해야 하는 부분이에요. 작업하시는 분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은 선물과도 같아요. 40년간 구두를 만져오신 사장님의 오동통한 손.마르엘솔과의 협업마르엘솔의 참여가 없었다면 시작할 수도 없었을 거예요. 마르엘솔은 무이 블로그로 인연이 되어 알게 된 지인이 에스파듀 신발을 선보이는 브랜드로 론칭 했다가 방향 고민을 위해 휴식기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에 무이와 함께하게 되었고요. 아름다움이 기능과 분리되어있지 않는다는 실용의 가치관이 잘 맞아서 10개의 샘플을 진행하는 몇 개월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었어요. 인스타그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저의 권유로) 최근에 오픈 했는데, 무이 슈즈를 만들었던 과정들을 차곡차곡 담아두고 있었죠. 그녀는 오랜 경력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일하는 사람처럼 겸손해요. 무척 배우고 싶은 점이죠. 그녀가 보내준 제작 일지를 통해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감을 맞춰가는 과정에 대한 힘도 느꼈어요. 첫 프로젝트가 성공적이라면 무이의 신발 라인은 마르엘솔과 지속적으로 협업하게 될 것 같아요. 감사한 인연입니다. 초반 샘플을 진행할 때 정형화된 플랫의 이미지를 가지고 계신 사장님과 구두의 라인을 잡기 어려웠다. 나 또한 일반적인 사람들이 선호하는 판매되고 있는 이미지로 타협되기 일쑤였다. 그때마다 무이 씨와 한 이미지 트레이닝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실패한 플랫을 신고 하루 종일 걸어보기, 나와 대화해보기, 내 옷들과 매칭해 보기, 이 과정을 통해서 정말 아니구나 하고 두 번째 샘플은 미련이 없어졌다. 마지막 샘플과 거의 비슷한 형태이지만, 신으면 신을수록 원하던 것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던 게 묘하다. 그렇게 몇 달 동안의 샘플을 엎었다. 구두 종사자들은 알겠지만 민자 신발 하나 가지고 여러 번 샘플을 한다는 것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똑같은 걸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업 하나하나가 분업이 되어있기에 아주 작은 변화는 완성하기 전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실패가 있으니 어떤 부분을 바꿔야 할지 생기고 고치고 다듬어고 빼야 할 부분이 생기니 일은 더 수월해졌다.공장에서의 샘플링은 곧 돈과 연결된 작업이다. 시간이 곧 돈이다. 단단한 제품을 만들기에는 기존의 생산 구조가 개발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보통의 샘플 작업과 시판까지는 한 달도 안 걸린다. 심지어 동대문은 일주일이다. 그런 시스템에 우리는 우리의 방식으로 대시해보았다. 작업의 후반부가 되어갈수록 무이 씨와 나와 마음이 걸리는 부분은 꼭 수정해 나가기로 했다. 타인의 만족도가 아닌 우리의 만족도를 기준으로 나아가자고.- 마르엘솔이 보내 준 작업 일지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