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무이 운영자 입니다. 두 번째 더비 슈즈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더비 슈즈를 산 건 빈티지 가게였어요. 20대 때였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저는 좀 ‘생활감 있는 멋’을 좋아하는 편이라 반짝반짝하고 트랜디한 신발엔 손이 잘 안 가더라고요. 그 신발은 이태리에서 만들어진 거였는데, 앞코가 뾰족하지도 너무 두툼하지도 않고 적당해서 딱 좋았어요. 사실 물건을 만드는 입장에서 적당하다던가 편하다는 말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구현하기 어려운 말인지 실감하지만, 정말 그랬어요. 가죽은 이미 길이 들어 있었고, 굽을 갈아가며 5년 넘게 신었었죠. 그래서인가 ‘더비는 오래 신을수록 더 멋있다’는 인상이 남게 된 것 같아요. 반짝이는 신사보다는 푸근한 인상으로. 두 번째 헤이더비는 이런 마음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 Granfa's Shoes! 사실 이번엔 ‘할아버지’들의 사진이 영감이 되었어요. 즐겨보는 인스타 계정 @gramparents에서 보면, 편안한 면바지를 입고 미소를 짓거나 뭔가에 몰두해 있는 어르신들 사진이 종종 올라와요. 인생을 길게 살아오며 긴장감이 조금씩 내려앉은 모습들. 그런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담은 신발을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처음 신을 때부터 부담 없이, 긴장감 없이, 자유분방한 마음을 일으키는! 신발의 얼굴, ‘앞코’ 이번 디자인에서 제일 고민이 많았던 건 앞코 모양이었어요. 앞코는 신발 디자인 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중요하지요.. 헤이더비 오리지널보다는 여유 있고 부드러운 라인을 줄 것인가, 아니면 각을 살려 또렷한 인상을 줄 것인가.. 직접 신어보고 스타일링해 본 결과, 각이 있는 디자인이 캐릭터가 더 분명하게 드러났고, 가죽의 질감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좌) 최종 디자인 (우) 중간 샘플 : 둥근 코 라인 차이가 보이시나요? 가죽도 고민 되었는데요. 무난한 무광의 블랙 가죽을 할지, 조금 독특한 인상의 기모 가공이 들어간 밝은 블랙으로 할지. 최종으론 역시 할부지 자연스러움의 기준으로 밝은 블랙 가죽을 택했습니다. 블랙이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질감을 주고, 시간이 깃들수록 멋스러워질 가죽이거든요. 아래 사진을 보면 가죽 질감과 신발 라인의 차이가 보이실 거예요. (맨 위) 헤이더비 오리지널 (가운데) 헤이더비 빈티지 (맨 아래) 중간 샘플 : 둥근 코, 무광 가죽 라스트 디자인을 보면 빈티지 버전은 앞코 공간이 넉넉해서 발가락 움직임이 편합니다. 내부 공간을 여유 있게 설계했지요. (맨 위) 헤이더비 오리지널 (가운데) 헤이더비 빈티지 (맨 아래) 중간 샘플 : 둥근 코, 무광 가죽 - 더비 슈즈는 끈이 발등을 잡아줘서 활동성이 좋아요. 그래서 저는 ‘많이 걸을 일이 있는데 운동화는 좀 그렇다’ 싶은 날 자주 신어요. 편하면서도 신경 쓴 느낌을 준달까요. 제가 무이 슈즈 중 가장 자주 신는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한 달 이상 신으면서 착화 테스트를 해봤어요. 비 오는 날에도 신어보면서 가죽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롤링 되는 부분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하고요. 바랑 블랙처럼 빈티지한 사용감이 생기기 시작해요. 보는 사람마다 처음보다 멋있어진다는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사진 속 중간 샘플에 있던 세피 스티치는 최종 디자인에선 뺐습니다.) 모단한 착장엔 모단하고요. 바랜 듯 독특한 색감과 질감 때문에 동양적인 디자인의 리넨 원피스와도 잘 어울리고, 단정한 블랙룩에도 잘 어울립니다. 트렌치코트나 가을 아우터에는 뭐 당연히. 스포티하게도 스타일링 해봤는데, 이땐 신발이 너무 새 거였어서 생활감이 생기면 더더더 멋스럽겠다 했어요. 저는 그냥 처음 영감받았던 할부지들처럼 편한 스웨터와 청바지/면바지에 자주 신을 것 같습니다. 호. 이번에도 뒷꿈치엔 핸드 스티치로 마무리 : ) 무이 슈즈는 매월 1 ~6일에 주문을 받아 개별 제작하는 수제화입니다. 헤이더비 빈티지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