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3월 22일 기록된 내용입니다. 내가 찾는 게 대단한 게 아니라 아주 평범한 건데도, 시중에서 찾으면 꼭 없는 것들이 있어요. (이런 것들을 무이에서 하나하나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더비슈즈도 그랬어요. 추적하자면 레옹의 마틸다라든지, 영국 스트리트나 밴드에게서 본 자유분방한 스타일 등의 이미지로부터 더비 슈즈가 마음에 각인된 것 같고... 패션에 욕심을 부리기 시작한 시절부터 당연히 가지고 싶은 마음을 가졌죠. 20대부터니까 10년도 넘었네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시중에 사고 싶은 더비 디자인이 없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게 정말 특별한 게 아니거든요. 그냥 일상적으로 질리지 않고, 어떤 옷차림을 하고 막 신어도 어울릴만한 거면 되는데... 이런 게 욕심이 더 많은 걸까요? 아무래도 그런 거 같아요. ㅋㅋㅋ 20대에는 닥터마틴을 신었는데... 그런 거 아세요? 신기전에 생각했던 이미지와 막상 신었을 때의 이미지가 다르다는 거.(옷이나 가방도 그런 게 많아요.) 저는 엄청 펑키하고 쿨한 룩을 떠올렸는데, 신발과 따로 노는 별로 펑키하지 않은 거울 속 여자아이가 보였죠. 보통 여기서 선택의 기로가 생겨요. 펑키함으로 나를 맞추거나, 이 신발을 포기하거나... 그땐 펑키함으로 나를 맞췄어요. 공연, 페스티벌, 여행, 친구들, 전시 등 각종 문화 행사 쫓아다니는 걸 좋아했으니까요. 그렇게 컨셉에 충실하다 보면 어느새 부자연스러워 보였던 첫 느낌이 사그라들고, 컨셉의 표현이 자연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때와 생활이 바뀌었고, 지향하는 것도 달라졌어요. 밖으로 다니기보단 음악도 집에서 듣고, 산에 가고, 음식도 사 먹는 거보단 집에서 해먹는 게 좋아졌고... 남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마음이 다 사라진 건 아니지만, 제가 편안하고 즐거운 게 더 좋아졌어요. 아마 하고 싶은 거 놀고 싶은 거 다 해봐서 그럴 수도 있어요. 일과 스스로에게 집중할만한 나이가 되기도 했고요. 그래서 물건을 사는 기준이 내가 편한 게 우선이 되었어요. 편하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착용감은 당연해야 하는 거고, 신경 쓰고 골라야 하지 않고, 툭 집어도 다른 아이템들과 서로 서로 잘 어울리기도 해야 돼요. 그리고 욕심을 내자면 시간이 갈수록 정감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이런 걸 다 갖춰야 편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ㅎㅎ 그러려면 무이가 늘 얘기하는 캐주얼과 포멀함의 경계에 있는 기본이어야 하고, 내추럴한 소재들이어야 했어요. 더비 소개를 하면서 이야기가 장황해졌지만, 더비를 왜 만들려고 했을까 계속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정리가 되더라고요. 아마 무이는 계속 이런 기준으로 물건을 만들게 될 것 같아요. 하하. 처음엔 가칭 "리드밋 슈즈"라는 것으로 컨셉을 잡았어요. 더비 슈즈에 대한 연상들이 크루, 리드미컬, 펑키함, 쿨함 같은 것들이었거든요. 허스 플랫이 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이미지라면 더비 슈즈는 보다 활동적이고 사람들 속에 섞여 있는 이미지였죠. 크리에이티브해보겠다며 호안 미로의 그림들을 출력해서 첫 회의에 들고나갔었네요. 그러고는 첫 샘플 나왔던 날.......말문이 막히고 좀 아득했어요. 늘 얘기하지만 신발은 라스트(조형적인 곡선) 작업이 관건인데, 실물 샘플 없이 말과 2차원 평면의 그림으로 작업 선생님께 전달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게 디자이너의 능력이기도 하지만요. 항상 첫 샘플은 어려운데, 거기서 시작을 합니다. 다듬으며 디벨롭 시키거나 엎고 다시 시작하거나... 왼쪽이 공장을 바꿔 진행한 두 번째인가 세 번째 신발이고, 오른쪽이 첫 샘플입니다. 혹시,, 그게 그거처럼 보이시나요? 저희에겐 엄청 차이가 크답니다. ㅎㅎ 전체적인 조화도 중요하지만 가장 얘기를 많이 나눈 건 앞 코 부분이에요. 신사화에서 주로 보이는 크루아상 코나 닥터마틴의 볼록하고 볼드 한 코, 레페토처럼 여성스러운 옥스퍼드 스타일 등은 저희가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었고.. 적당한(말이 쉬운...) 코를 원했거든요. "적당한"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가 관건이었죠. 차츰 저희가 원하는 선에 가까워졌고, 조금씩 디벨롭하는 과정을 가졌어요. 디벨롭의 기준은 착화감과 보기에도 편안한 곡선의 디자인이었고요. 아웃솔은 바닥 보호와 미끄러움 방지 등의 제 기능을 하면서도 가벼울 수 있는 것으로, 가죽은 광택이 없는 보통 구두보다 두껍지만 유연한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20년 7월 29일에 더비를 만든다는 언급을 했으니(https://blog.naver.com/meimui/222044991338) 종종 언제 나오냐고 문의를 하시는데.. 코로나 때문에 공장 가동일수도 줄어들고, 저희도 방향이 막혀 지체되는 일이 많았어요.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마렐솔 실장님이 한쪽씩 다른 샘플을 신으면서 착화 테스트도 동시에 했지요. 두 짝이 같아 보이신다고요? 저희는 달라 보인답니다. ㅎㅎ 촬영 날 보니 어느새 사용감이 부쩍 생긴 실장님의 신발. 이렇게 완성했습니다. 헤이더비! (사실 이름은 출시 전날 겨우겨우 지었습니다. 여러 후보가 있었는데... 쉽고 친근했으면 했거든요.) 무이는 신발 제작 경험이 많지도 않고,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서 싸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며 선택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함을 가지고 있어요. 제작 기간이 긴 것도 자랑이 아니라 능력치가 딸려서인 것인데, 이런 작은 브랜드에게 신뢰를 주시는 것에 감사하여 첫 오더는 20% 할인하여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제 자식처럼 옆구리에 끼고 있다가 사회 속으로 내보낼 때 어찌나 마음이 조마조마한 지 몰라요. 특히나 보기에 심심하고 특별해 보이지 않는데 뭐라 구구절절 말은 많네... 라면 어쩌지라는 노파심도 있고요. 근데 이런 걱정은 아이템을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줄어들고 있긴 해요. 무이가 지향하는 게 점점 분명해지고 있거든요. ㅎㅎ 프리오더는 3월 24일 수요일 오전 9시까지 진행합니다. 특히 마음에 두고 계셨던 단골손님들은 할인 가격에 데려가셨으면 좋겠어요.